내가 아니면 누가 이 현장에 들어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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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라폭시 할애비가 와도 안된다 — 수영장 백화현상의 진짜 문제

퇴근길에 전화가 왔다. 수영장에 백화현상이 생겨서 줄눈시공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이런 연락이 오면 이미 늦었다고 말씀드린다.
수영장에 줄눈시공을 하겠다면 타일공사 후 시멘트계 줄눈이 아닌 에폭시계 줄눈으로 시공하는 편이 그나마 안전하다.
왜냐하면 시멘트계 줄눈은 방수가 되는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물이 스며들어서 백화현상이 발생한 후 연락이 오면 기존 시멘트를 제거하는 시간, 스며든 물을 건조시키는 시간, 줄눈재를 재시공 하는 시간, 담수하기까지 경화시간 등을 고려한다면 최소 보름 이상은 소요되고 만약 영업을 하는 곳이라면 그 기간 동안 손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계절 영업을 하는 키즈카페의 경우는 최대 한 달 까지도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경남 합천 펜션 야외수영장 현장을 직접 가다
전화로 제법 긴 시간을 상담하다보니 나의 말에 믿음을 가지셨는지 꼭 디아트에게 시공을 받고 싶다고 하셨다.
바람쐬러 간다 생각하고 갈테니 일을 안맡기셔도 좋으니 현장을 꼭 봐야겠다고 말씀드렸다.
실제로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도시에서 탁한 공기만 들이키다가 호젓한 시골길을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현장을 찾았다.
아~ 이건 일이 좀 커지는데…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심각하다.
가장자리 부분에 여전히 물이 마르지 않았고 벽과 바닥 모두 백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물리적인 브러쉬를 동원해야 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벽 타일 일부가 금이 가 있고 일부는 끄덕거리기까지 한다.
수영장에 600각 타일을 쓰는 이유와 쓰면 안되는 이유
타일이 크면 클수록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대한 수영연맹 공인 제품은 왜 245x120x8.5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작을까?
일반적인 욕실에 시공되는 타일의 크기(300×300)보다도 작다.
수영장에 시공되는 타일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엄청난 물의 무게로 받는 수압을 견디게 하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 이유는 유지보수의 수월함 때문이다. 더군다나 줄눈의 간격도 일반 욕실의 줄눈 간격 보다도 더 넓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큰 타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고급스러움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백화현상으로 고생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실은 전자보다 후자일 확률이 높다.
타일이 작으면 작을수록 줄눈시공할 분량이 많아지고 타일간의 간격이 넓을수록 줄눈재가 더 많이 필요하다.
나의 수고가 많아지는 것은 뻔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고객에게 닥칠 혹시라도 모를 문제를 모른체 하고 넘어가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결정은 고객의 몫이지만 전문가로서 최소한 안내 정도는 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시멘트 혼합을 포기하고 아덱스 EG15를 선택한 이유
최초에 고객의 요청은 올해만 잘 넘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 또한 불안해서 임시방편이라는 확답을 받고서야 시공요청을 허락했다.
기존 시멘트계 줄눈을 제거하면서도 계속 불안했다.
시간에 쫓겨 불안한 재료로 시공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안전한 재료로 시공하는 것이 고객을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라 믿었다.
다행인 점은 펜션을 예약한 첫고객의 일정을 미뤄졌다는 것이었다.
먼저 상담했던 두 업체는 케라폭시로 시공을 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케라폭시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케라폭시도 에폭시계 줄눈재이지만 엄청난 무게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더 강한 3액형인 아덱스 EG15 제품을 추천했다.
참고로 케라폭시, 케라폭시 이지 디자인, 스타라이크 에보(프로), 퓨가리테… 전부 2액형 에폭시계 줄눈재이다.
이미 고객께서도 많은 내용을 검색해서 어느 정도는 정보가 있는 터라 흔쾌한 동의를 넘어 감사를 표하셨다.
뙤약볕과 비를 뚫은 세 번의 방문
첫 번째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바람이나 쐬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지만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니 타일과 줄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잠깐 눈을 돌리면 합천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치 좋은 펜션이었지만 일을 하러 온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기존 시멘트계 줄눈을 제거하고 건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세 번째가 본격적인 아덱스 EG15 시공이었다.
야외 수영장은 말 그대로 야외다. 뙤약볕이 여과 없이 내리쬐는 날도 있었고 세 번째 방문 전에 비가 와서 과연 시공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가슴앓이를 한 적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공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줄눈시공이 아니라 백화 제거였다. 타일이 커서 줄눈 면적은 적었지만 타일 위에 굳어버린 백화가 거의 전면을 덮고 있었다.
고객에게 백화 제거는 저희 영역이 아니라고 미리 말씀드렸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나의 고집 덕분에 디아트 부산 센텀점 사장님과 연산점 사장님이 더 고생한 것은 안비밀.
고객께서도 청구한 시공비가 적다는 것을 아셨다. 대신 올 여름이 지나고 수영장을 재시공할 때 꼭 디아트에 맡겨 달라고 했다. 다른 업체에 맡기면 확~ 엎어버린다고 농담도 건넸다.
맡겨 주시든 안 맡겨 주시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