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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눈시공을 잘한다는 것의 진짜 기준|재료보다 중요한 시공자의 태도와 자기 객관화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은 너보단 낫다 하노라 – 이직(李稷, 1365~1422)

백로

줄눈시공을 잘한다는 기준

과연 줄눈시공을 잘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당연히 절대평가일 것 같은데 작금의 시대는 왠지 상대평가를 부추기는 것 같다.

타일 손상 없이 백시멘트를 일정 깊이 만큼 제거하고 타일면과 찰랑찰랑하게 줄눈제를 주입하는 것.

하지만 줄눈시공자의 기준은 이것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 줄눈시공 오더가 많은 업체를 줄눈시공을 잘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것 아닌가? – (입주박람회나 공동구매 업체겠지.)

둘째, 빠른 시간에 줄눈시공을 완성하는 업체.

나는 하루에 겨우 한 세대 작업하는데 누구는 하루에 두 세대, 세 세대 작업을 한다면 당연히 줄눈시공을 잘하는 업체 아닌가? – (날림시공 이겠지.)

셋째, 정말 실력이 좋은 업체.

자신이 봐도 인정할 만큼 퀄리티 높게 줄눈시공을 하는 업체라면 잘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 (나도 돈만 많이 주면 저만큼 할 수 있어.)

넷째, 비싼 가격에 줄눈시공 오더를 의뢰받는 업체.

똑같은 일은 하는데 금액 차이가 있다. 물론 실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영업력의 차이도 있겠지. – (도둑놈 아닌가?)

그런데 더 근본적인 질문은 줄눈시공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누가 판단하지?

시공자가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도 고객이 만족하면 그게 잘한 줄눈시공 아니겠는가?

내 의견은 중요치 않다. 판단은 고객의 몫

줄눈시공이 끝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줄눈재가 덜 채워진 것 같으니 더 채워달라는 요구였다.

막상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시공자의 눈에는 부족함이 없이 잘 시공되어 있었다.

“고객님. 줄눈재가 덜 채워진 것 처럼 보이는 이유는 타일의 단 차이 때문입니다. 물빠짐을 위해서라도 타일을 약간 기울게 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채워 넣으라는 것은 줄눈재가 타일 위로 넘치게 됩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더 채워 달란다.

결론은 내 눈에는 줄눈재가 살짝 넘쳐서 보기가 싫었지만 고객은 그제서야 만족을 하신다.

줄눈시공을 완료했을 때 4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째, 고객도 만족하고 시공자도 만족하는 시공이다.

둘째, 고객은 만족하는데 시공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시공이다.

셋째, 고객은 만족하지 못하는데 시공자만 만족하는 시공이다.

넷째, 고객도 만족하지 못하고 시공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시공이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중에서 최고는 둘째이고 최악은 셋째라고 생각한다.

난 세번째의 경우에 해당되었다. 억울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고객은 항상 옳은 것을.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줄눈시공이 잘되었는지 못되었는지 판단하는 주체는 시공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완성이 아니라 과정임을 알아야 발전이 있다

여러 인테리어 종목 중 줄눈시공은 타 업종에 비해 숙련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개월 정도만 열심히 배운다면 신축 현장의 경우 특별한 실수가 없다면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줄눈시공을 배우겠다고 뛰어들고 있다.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즈음이면 어느 정도 자부심도 느끼고 더 잘 하려고 이론적인 공부도 하고 숙련을 익혀 간다.

줄눈시공에 입문한 지 2~3년차가 되면 어느덧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 듯 하다.

잘못된 시공을 본다면 굳이 그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고 대부분 정확하다.

이쯤되면 무서울 게 없어진다. 모든 기준이 자기에게 맞춰지는 시기가 딱 그 시기이다.

나보다 저렴하게 시공을 하는 업체, 나와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 나보다 시공시간이 빠르거나 느린 업체는 모두 날림시공이거나 초보시공자라고 생각한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데 겨우 2~3년차 시공자가 모든 시공에 만족하고 실수 없는 현장이 있을까?

경우에 따라 시공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라 현장의 여건이 나빴다고 말한다.

가장 큰 핑곗거리는 타일의 시공 상태다.

욕실에 타일을 시공한다면 물빠짐을 위해 완만한 기울기를 줘야 하는데 너무 급격한 기울기로 시공된 경우가 그렇다.

타일의 간격이 일정하고 가로 세로 줄이 반듯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타일 모서리가 파손될 우려가 크다.

백시멘트에 이물질이 섞여 있거나 반죽이 너무 무른 상태에서 시공을 했을 때 백시멘트 강도가 단단해서 제거가 어렵기도 하다.

그 다음 핑곗거리는 타일의 종류, 현장의 청소 상태, 날씨 상태 등등이다.

하지만 현장 여건이 이렇다고 한들 퀄리티가 떨어지는 줄눈시공을 과연 고객이 이해할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다.

시공을 완료했는데 고객으로부터 가타부타 아무런 언급 없이 사진이 한 장 전송되어 왔다.

얼핏 봐서는 현장과 시공 재료가 내가 시공을 끝낸 현장과 비슷하길래 사진을 아무리 봐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행여나 싶어 네이버 카페에 사진을 올려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봐 달라고 했더니 일반인들은 봐도 ‘봐도 모르겠다. 뭐가 잘못된 거냐?’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몇 몇 줄눈시공자들은 잘못을 찾아내기에 바빴다.

뒤에 알게된 내용이지만 고객이 보낸 사진의 의미는 “이와 같이 해주세요.” 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후에 그 내용을 댓글로 달았을 때 시공이 잘못되었다고 댓글을 단 사람 중에 어느 누구도 일언반구가 없었다.

왜 다들 그리 끌어내리지 못해서 안달일까?

나는 여전히 활동중인 네이버 카페가 있다.

이 카페에서 “줄눈 좀 봐 주세요.”, “이게 잘 된 줄눈시공인가요?” 같은 제목의 글을 보면 십중팔구 줄눈시공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

타일을 파손했다거나 기스를 냈다거나 줄눈재가 넘쳤다거나 부족하다거나…

전문 시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느낄 만한 사진에 전문가랍시고 굳이 확인 사살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너에게 묻는다. 당신은 줄눈업계에 입문해서 단 한  번이라도 실수한 적이 없었는지 말이다.

타인의 실수에 엄격하고 자신의 실수에 관대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소인배다.

뚫지 못하는 것이 없는 창과 막지 못하는 것이 없는 방패

홍보를 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홍보가 과장을 넘어서 거짓을 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신제품의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홍보하는 사례가 많다.

성능이 2.5배 좋아졌다느니 황변이 없다느니 하는 거짓말 말이다.

그럼 이전에 당신이 시공한 고객의 집은 도대체 얼마나 안 좋은 제품으로 시공했단 말인가?

조금만 자세하게 물어보면 자신들이 말하는 홍보의 근거조차 말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그렇게 좋은 제품이라면 하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줄눈재에 대해 성능분석을 의뢰하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정보를 찾는 노력 정도는 하길 바란다.

만수산 드렁칡처럼

우리나라의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나무가 어울려 자라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거든 어울려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보라.

혼자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완수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면 포기할 것인가?

내가 모르는 지식과 정보를 알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배우지 않을 것인가?

내가 꽃이라면 남 또한 다른 이름의 꽃이다.

우리 서로 만수산 드렁칡처럼 얽혀져서 같이 잘 살아 보자.

수리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