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
남편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아내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묻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어서 보통은 직업을 묻지 않는다.
장모님이라고 해야 할 지, 어머니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신의 자녀와 사위의 자랑이 대단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직업을 알게 되었다.
자랑할 만 하셨고 그 자랑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남들에게 어떤 자랑을 하실까?
욕실은 케라폭시 시공 / 발코니와 세탁실은 폴리우레아 시공
시공의뢰는 남편분께 받았는데 상세한 시공 내역과 색상 선택 등은 안방마님의 재가가 있어야만 했다.
현관을 제외하고 욕실 2곳과 발코니, 세탁실에 줄눈시공을 할텐데 샤워부스도 줄눈시공을 해야 하는지 망설이셨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셨는지 결국 샤워부스는 폴리우레아로 시공하기로 결정을 하셨다.
처음 견적 차 방문했을 때 케라폭시 100번 화이트 색상으로 선택을 하셨다가 111번 실버 그레이로 변경하셨다.
타일 색상을 고려하다보니 111번 실버 그레이가 더 어울리겠다 싶으셨나보다.
사진으로 보면 확실히 구분이 되는데 시공을 해보면 100번 화이트 색상과 헷갈릴 만큼 은은하다.
현장을 확인했을 때 욕실 변기 2개는 교체를 했는지 흔적이 역력했다.
폴리우레아로 시공을 한다면 바탕면의 상태가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케라폭시로 시공을 한다면 바탕면 전체가 깨끗해야 한다.
폴리우레아 줄눈시공과 케라폭시 줄눈시공은 백시멘트 제거까지는 공정이 같다.
그 이후부터 폴리우레아 줄눈시공은 메꿈의 공정이 있지만 케라폭시 줄눈시공은 바탕면 청소로 나뉜다.
두 재료 모두 시공이 완료되기 전에는 물과 상극이지만 케라폭시는 시공 후 물로 세척을 해야 한다.
바탕면이 지저분한 상태에서 세척을 한다면 케라폭시가 이물질과 혼합되어 타일면 전체가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바탕면 청소가 필수다.
이런 시멘트 자국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떤이는 염산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염산을 사용하면 제거가 용이할 지 모르겠지만 혹시 모를 타일의 변색이 우려되어 수세미로 열심히 제거했다.
미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디아트의 마음이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케라폭시 사용 비밀
줄눈시공 오더는 직접 오더와 간접 오더 두가지다.
간접 오더는 업체를 통한 줄눈시공 의뢰다.
이런 경우 고객을 뵙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시공 부위나 재료와 색상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하지만 직접 오더인 경우 고객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시공을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 쓸 부분이 많다.
이번 현장도 샤워부스 벽 줄눈을 제거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고객에게 폴리우레아에서 케라폭시로 변경하자고 했다.
부끄럽지 않은 시공을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이 마음을 알아주셨는지 고객께서 흔쾌히 동의를 해 주셨다.
만약 폴리우레아로 시공을 했다면 하루 만에 끝낼 수도 있는 시공이었지만 케라폭시로 시공을 한다면 무조건 다음날까지 일정이 늘어난다.
물로 세척을 하기 때문에 바닥이 젖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상태에서는 바닥 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라폭시를 권유했던 이유는 단 하나!
마음이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
사실 처음 색상을 선택할 때 111번 실버 그레이 색상을 권유하지 못해던 이유가 있었다.
모든 제품에는 사용기한이 있는데 케라폭시 또한 마찬가지다.
제조일로부터 24개월 내에 사용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지나면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제조사에서 말한다.
사용기간이 지난 제품인지 아닌지는 오직 시공하는 사람만 알 수 있다.
이 내용이 글에 씌여질 수 있는 이유는 고객에게 사실대로 말씀드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공 전에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공이 가능했다.
B제 겉면에 2020년 7월 19일이 제조일이라고 인쇄되어 있고 보관은 24개월 이내라고 되어 있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색상만 선택할 뿐 제품의 사용기간은 이 글이 아니라면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이 족쇄가 될 수도 있고 미래의 고객은 제품의 사용기간을 확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설령 시공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디아트의 절대가치 신독(愼獨)이다.
타일시공도 하시나요?
가끔 일을 하다보면 입주청소며 탄성이며 기타 여러가지 분야에 대한 질문과 의뢰를 받는다.
“세탁실 쪽에 반타일을 시공하고 싶은데 혹시 타일 시공도 하시나요?”
“타일 시공을 할 줄은 압니다만 시공을 직접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소개는 해 드릴 수 있습니다.”
타일 시공을 배운 이유는 혹시라도 줄눈시공을 하다가 타일에 손상을 입혔을 때 원상복구를 해 드리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실제 2018년 가을 통영 해모로아파트에 반타일 시공도 여러 세대 작업을 했었다.
현재 타일 시공을 하지 않는 이유는 줄눈시공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타일 시공도 할 줄 알고 연마도 할 줄 알고 탄성코트도 뿌려봤지만 내가 가장 자신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줄눈시공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줄눈시공 실력이 부족함을 느낀다.
고객께서 근처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셨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는지 타일시공도 의뢰하셨다.
업력이 오래되고 여러 현장을 다니다보면 타 공정 업체들도 많이 알게 된다.
이번처럼 타일 업체를 소개해 드리기도 하고 청소업체를 소개해 드리기도 하고 또, 소개를 받기도 한다.
고객이든 타 공정 사장님이든 서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날 실리콘 마감은 직접 해 드렸는데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건 참 뿌듯하다.
사람 사는게 다 그런게 아닐까?
부모님 집도 줄눈시공 잘 부탁합니다
고객 내외분의 직업을 알게 된 건 부모님 댁 작업을 하면서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다.
서면 아이파크에도 부모님 댁 줄눈시공을 해 드린 것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부모님 댁에 줄눈시공을 의뢰받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고객은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지 몰라도 시공하는 그 순간만큼은 자식 된 마음으로 시공을 한다.
작은 타일, 넓은 공간이었지만 내 부모님 집이라는 마음으로 줄눈시공을 마무리 했다.
다음 날 전화가 와서 색상을 바꿔 달라는데 차마 그렇게까지는 못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