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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욕실 반 셀프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가 뭘까?

    본인이 전 분야를 잘 할 줄 알아서?

    아니다. 돈을 아끼려고!!! 최소한 나의 기준에서는 그렇다.

    13년 된 욕실 리모델링에 도전하다

    2009년 이사를 오면서 욕실을 리모델링 했다.

    그 시절에는 줄눈시공업을 하고 있지 않을 때라 인테리어 분야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타일을 덧방을 했는지 철거 후 타일 시공을 했는지 조차 기억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인테리어 주기가 통상 7년이라고 하는데 거의 2배나 오랫동안 사용했으니 문제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비록 바닥 타일은 낡긴 했어도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벽 타일은 배가 불러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미루고 미루다 이제는 도저히 한계에 다달았다 싶어서 드디어 욕실 리모델링에 도전했다.

    공사 전 계획 수립

    공사 범위 결정하기

    벽 타일만 교체할 것인지, 바닥 타일까지 모두 교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벽 타일만 교체한다면 크게 어려울 내용이 없다.

    이미 이전에 한 번 리모델링을 하면서 욕조를 철거했기 때문에 철거도 쉬울 뿐더러 공사 또한 간단하다… 고 생각했다.

    일단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집주인인 아내를 모시고 거래처 타일 가게로 갔다.

    무난하고 일반적인 300×600 사이즈의 벽타일을 생각하고 갔는데 눈에 들어오는 타일은 더 크고 멋진 포세린 타일이다.

    벽 타일을 교체를 하는데 바닥 타일을 그대로 두기에는 그것 또한 아닌 것 같아서 결국 벽과 바닥 타일 모두를 교체하기로 했다.

    대신 바닥은 물빠짐을 위해 기울기를 잡아야 하는데 욕실의 면적이 작아서 바닥은 300각 타일로 하고 벽만 600각 타일로 결정했다.

    계획된 생각의 초과

    타일을 결정하고 전시된 제품들을 보니 샤워부스도 바꾸고 싶고 세면대는 교체하지 않더라도 수전은 바꾸고 싶다.

    멋진 수납장도 눈에 들어 온다.

    지금까지 잘 사용했던 수납장이 이제는 작고 낡아서 도저히 교체를 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절박한 이유들이 갑자기 생겨났다.

    보통 타일 한 박스에 15,000원에서 20,000원 이다.

    그건 우리집이 아닌 다른 집에 시공할 경우에는 맞는 가격이다.

    우리집에 시공할 벽 타일은 한 박스에 40,000원이다.

    타일, 샤워부스, 슬라이드 장, 수건걸이, 휴지걸이, 코너 선반 등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구입하니 재료비만 100만원을 초과했다.

    변기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는데 전시된 멋진 제품에 눈이 멀어 결국 변기까지 교체를 하기로 했다.

    아반떼 사러 갔다가 제네시스 계약하고 돌아왔다는 친구를 비웃었는데… 사과하고 싶다.

    휴지걸이 하나라도 비싼 게 더 좋아 보이고 눈에 들어오는 걸 어떻해.

    본격적인 욕실 리모델링 시작

    공사의 시작은 철거부터

    욕실 철거를 만만하게 생각했다.

    욕조도 없고 벽 타일은 이미 배가 불러서 떨어질랑 말랑 하기 때문에 아주 쉽게 철거가 될 줄 알았다.

    몇 장은 쉬웠다.

    장도리로 살짝만 힘을 주니 통째 떨어진다.

    나머지는 결국 전동기구의 도움을 얻어야 했다.

    특히 바닥 타일은 햄머드릴이 아니고서는 철거가 불가능했다.

    줄눈시공을 위해 인테리어를 하는 현장에 가 보면 깨끗한 현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현장이 있다.

    모두가 꼭 그렇지는 않지만 현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인테리어 업체는 전반적으로 마감이 깔끔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시작했으니 철거부터 폐기물 운반까지 직접 해야만 했다.

    포세린 타일 한 박스에 30.5kg인데 옮기는 것도 당연히 나의 몫이다.

    포세린 벽 타일 시공

    타일을 시공할 때 벽과 바닥 중에서 무엇을 먼저 할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공을 한다면 벽 부터 시공을 하는게 맞겠지.

    만약 바닥부터 시공을 한다면 바닥을 밟고 벽에 타일을 붙여야 하는데 제대로 양생이 되지 않은 바닥을 밟는다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벽에 타일을 시공할 때 보통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현장에서 본드발이라고 칭하는 타일 본드 붙임이 있고 떠발이라고 하는 떠붙임 공법이 있다.

    타일 본드를 사용하는 경우는 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덧방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떠붙임 방법은 벽 타일을 철거하고 난 후 바탕면이 고르지 못한 경우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우리집은 덧방을 한 상태라 타일을 걷어 내도 최초의 타일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타일이 붙어 있어서 면이 고르기 때문에 타일 면만 정리를 하고 다시 타일 본드 붙임으로 시공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600각 짜리 크고 무거운 포세린 타일은 타일 본드로 붙이기가 어렵다.

    무게 때문에 더 강력한 접착력을 담보하는 재료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에폭시다.

    타일 사장님께서 그래도 아는 사이라고 꼼꼼하게 시공을 해 주셨다.

    요즘은 졸리컷 이라는 타일 시공 방법이 유행하는 것 같다.

    타일과 타일이 만나는 면을 서로 사선으로 커팅해서 코너비드가 필요없이 일체감 있게 시공하는 방법이다.

    코너비드가 없으면 더 고급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우리집은 패~스!

    기술자는 역시 다르다.

    몇 십년 동안 손발을 맞추신 분들이라 두 분이서 착착 타일을 붙이시는데 금세 벽 타일 시공이 끝났다.

    바닥 타일 시공

    바닥타일도 덧방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체를 다 철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한 층만 철거를 했다.

    압착 시멘트를 사용해서 타일을 시공할 수도 있고 시멘트로 기울기를 잡아서 시공하는 방법도 있다.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붙이시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도 없다.

    배수구 물 빠지는 곳에 설치하는 스테인레스 덮개를 “유가”라고 한다.

    앞 면을 보면 서로 같아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구멍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

    아무래도 구멍이 크면 물도 잘 빠지겠지? 처음 구입한 것을 반납하고 구멍이 더 넓은 걸로 사 오란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써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철거부터 시공까지 하루만에 타일시공은 마무리 되었다.

    이제부터 진짜 셀프 인테리어가 남았다.

    줄눈시공업자의 셀프 줄눈시공

    줄눈시공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셀프라고 말하기는 머쓱하지만 어쨌든 자기집에 직접 시공하니 셀프가 맞겠지.

    줄눈재의 종류도 많지만 우리집에 하는 줄눈이라면 최고의 제품으로 해야지.

    그래! 우리집은 라티크리트의 스펙트라락 프로 프리미엄 너로 정했어.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 안에서 현존 최고의 에폭시 줄눈재이다.

    최근 재료비가 엄청 올랐다고는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다.

    그런데 이건 재료비 자체도 비싸다.

    개인적으로 밝은 색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타일도 밝게, 줄눈 색깔도 밝은 흰색으로 선택했다.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설비공사들

    타일에 구멍을 뚫어야만 되는 공정들이 있다.

    휴지걸이, 수건걸이, 코너 선반, 욕실장, 샤워부스 등을 설치하려면 타일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포세린 타일이 얼마나 단단한지 구멍 하나 뚫는데 최소 10분 이상이다.

    정확하게 18개의 구멍을 뚫었다. 힘들었다. 아주 많이…

    드릴 비트(drill bit)가 맞는 단어이지만 현장에서는 통상 ‘기리’라고 한다.

    철물점에서 가서 “포세린 타일 뚫으려고 하는데 기리 주세요” 하면 내어주는 드릴 비트가 있다.

    경험자로서의 조언인데 유리를 뚫는 드릴 비트를 사라고 권유한다. 훨씬 수월하더라.

    이런저런 난관들을 극복하면서 드디어 욕실 리모델링 공사가 끝이 났다.

    욕실 인테리어 비용 과연 얼마나 아꼈을까?

    자재비 약 175만원(샤워부스 잘못 설치해서 재 구입비 포함), 인건비 60만원, 폐기물 처리비용 15만원.

    반 셀프 인테리어 비용으로 약 250만원이 들었다.

    만약 전 공정을 업체에 맡겼다면 욕실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나 되었을까?

    통상 욕실 한 곳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면 400만원 정도 견적이라고 한다.

    자재비는 같다고 계산한다.

    사실 같지도 않다. 주 거래처라 헐 값, 반 값에 구입한 것들도 많다.

    나의 품이 들어간 철거비용, 수전이며 도기 설치비용 등을 고려하면 약 300만원 정도면 되는 것 같다.

    여기서 가장 큰 비용 상승은 줄눈시공 비용이다. 이것을 포함하면 얼추 400만원이 된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150만원은 저렴하게 시공했다.

    일반인이 모를 수 밖에 없는 비용 절감 요인들

    일단 자재비에서 차이가 엄청 크다.

    어떤 타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도기질 벽 타일이냐 포세린 타일이냐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있다.

    변기 하나에 싸게는 10만원대에서 비싼 것은 100만원을 넘는 변기도 있다.

    각종 도기류와 수납장 등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철거비용 또한 부르는 게 값이다.

    직접 철거를 하고 폐기물까지 한 곳에 모아둬서 수거만 해 가는 조건이라서 저렴했지만 인부를 부른다면 50만원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줄눈시공을 셀프로 시공해서 비용에서 제외했지만 남의 집에 시공을 한다면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해서 100만원은 족히 받아야 한다.

    비싸다고 그러면 벽 줄눈 빼고 바닥 줄눈만 일반적인 재료로 시공하면 된다. 15만원이면 충분하다.

    최근 네이버 셀프 인테리어 관련 카페에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카페에서 소문을 듣고 줄눈시공을 의뢰한다는 연락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에 보답의 차원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전하고 있다.

    고민이나 질문의 내용 중에 세부적인 내용은 쏙 빼놓고 전체적인 금액만으로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업체와 고객간의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상세하지 않은 견적서를 내미는 업체와 이심전심일거라 믿는 순진한 고객.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는 어렵지만 안타까운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래서 최대한 상세한 설명을 드리고자 하지만 너무 디테일한 설명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신념인 것을.

     

    이렇게 또 한 번 경험을 쌓아간다.

    이참에 욕실 리모델링 공사도 추진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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